풍류도 장생축제 를  열며...

다섯 번째를 맞는 <장생 축제>가 오는 6월 11일 충남 논산 대둔산 풍류도 예술원에서 열린다.

매년 500여 명이 모여 그야말로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기면서 신성한 제의(祭儀)부터

 신명 나는 난장(亂場)까지 풀어내는 1박 2일의 일탈 놀이판을 벌인다.

이번에는 어떤 인연들이 오실지 사뭇 기대된다. 

▲ 지난 제2회 장생축제의 한 장면

 우리 민족처럼 축제를 즐기는 민족도 드물다.

가까운 중국의 문헌들에서도 상고시대 우리 민족의 축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우리 민족은 축제를 잃어버린 민족이 되어 버렸다.

행사를 위한 요식 행위가 축제의 본 모습인 양 변질해버린 오늘날 축제의 쓸쓸한 모습을 본다. 

 축제라고 하면 서양의 카니발이나 페스티벌이 먼저 떠오르지만,

우리도 축제의 고유한 표현인 '잔치'가 있다.

이 잔치를 통해서 사람들은 격의 없이 하나가 된다.

엄격한 형식의 질서에서 벗어나, 상하(上下)가 없는 무질서 속에서 하나가 된다.

 잔치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문다.

 원래는 구조적으로 주인과 손님의 대인관계를 상징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잔치인데,

 이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하늘과 신성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의식이었던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정립하고 풀어내는 잔치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운데 주인과 손님, 하늘과 사람,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이 어우러져 큰 행사 가운데

맨 처음 하늘이 열리고 인간사회가 이룩되던 무렵의 천지창조 신화가 숨 쉬고 있다. 

 필자는 축제라는 행위를 통해 풍류도의 사상을 복원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행사를 위한 축제가 아닌, 하늘과 땅과 인간이 어떠한 구별도 격도 없이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

 '굿'이 없는 잔치는 존재할 수 없다.

그 '굿'을 '제의'라고 하든 '의식절차'라고 하든 먼저 축제에는 신성(神性)의 존재인 하늘이나

 신령이나 조상에게 드리는 경건한 제사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축제에 온 모든 이들이 이 땅의 신명을 위하여 북을 들고 장구를 들고 함께

지신밟기를 하며 기운을 북돋는 의미를 깨닫게 한다.

다음에는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과정이 있어서 인간의 위한 즐거운 축제로

신명 나는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 

 인간이란 언제나 진지하게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힘든 일로 쇠잔해져만 가는 활력을 한 번씩 축제를 통해서, 잔치를 통해서,

놀이를 통해서, 난장판을 통해서 회복한다. 

심적인 긴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사람들은 다시 힘겨운 일의 일상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런 메커니즘은 인류문화의 발상기로부터 이미 인류의 천부(天賦)의 그것으로 발견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의 뿌리는 “인간성 상실”…축제를 통해 회복하자

 필자는 축제를 통해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고 싶다. 

그래서 대둔산에 풍류도 터전을 만들었다.

이곳이 사람들에게 가슴 속 율려(律呂)를 살아나게 하는 놀이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이가 모여 어울림의 한마당이 되는 것을 늘 상상한다.

 대둔산 풍류도 본원에 오면 율려 판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장소로 만들어내고 싶다.

 ‘1년 365일 중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음주 가무 난장판이라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그런 장소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속 깊은 곳에 있으니 아무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소리 지른다고 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 장생축제가 열리는 대둔산 풍류도 예술원 위치

 이번 풍류도 <장생 축제>를 위해 나는 3가지를 준비했다. 

 첫 번째는 인간을 위한 것으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대동 한마당을 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마련했다. 

 두 번째는 이 땅, 자연과 하나 되는 잠자리로 ‘황토방’을 1년 내내 준비했다. 

 세 번째는 하늘과 하나 되고 민족과 하나 되게 기도할 수 있는 ‘국조전’(國祖殿)을 준비했다.
 
 그러니 오는 6월 11일 충남에 있는 대둔산에 다 함께 모여 춤추고 노래하고

신 나게 놀면서 몸도 열고 마음도 열고 국조전에서 마음의 중심을 잘 세우길 바란다.

그리고 황토방에서 자연과 함께 잘 주무시고 기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

신 나게 일하셨으면 한다.

 이번 장생축제에 오시는 분은 엄청 복 많이 받으리라! 

 얼쑤!